수면

아이 수면 루틴, 우리가 망한 날들 - “루틴도 인간이 하는 거잖아요…”

bonus-and1 2025. 4. 19. 19:44

😵 매일 밤, 완벽한 루틴은 없었습니다

아이의 수면 루틴을 잡겠다고 결심했던 날, 우리는 다짐했었습니다.
"매일 밤 9시 30분엔 조명 끄고, 음악 틀고, 책 읽고, 잠자리에 들자."
그 루틴이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고, 가족 전체의 수면을 건강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믿었지요.

처음 며칠은 잘 지켜졌습니다. 아이도 반응이 좋았고, 우리도 ‘드디어 육아에 진입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루틴’이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던 우리 자신이 조금 순진했던 건지도 모릅니다.

현실의 밤은 계획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날그날마다, 루틴은 조각났고, 우리는 무너졌습니다.

아이 수면 루틴, 우리가 망한 날들 - “루틴도 인간이 하는 거잖아요…”


🧸 실패한 밤 1: 할머니 댁 다녀오던 날

그날은 남편이 야근을 했고, 나는 혼자 아이를 데리고 할머니 댁에 다녀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이미 밤 9시. 차 안에서 아이는 눈을 비비며 졸려했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잠들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씻겨야 했고, 기저귀도 갈아야 했고, 책도 읽어달라고 했습니다.
나는 "오늘은 그냥 자자"고 했고, 아이는 울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잠든 건 밤 11시 10분.
루틴은 커녕, 엄마와 아이 모두 감정 소모만 가득한 밤이었습니다.

📱 실패한 밤 2: 내가 핸드폰에 잠식당했던 날

분명히 루틴대로 진행되던 밤이었습니다. 책도 읽고, ASMR도 틀어주고, 조명도 어둡게 하고, 아이는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잠드는 동안, 나는 아이 옆에 누워 핸드폰을 들었습니다.
‘딱 10분만 인스타 보고, 커뮤니티 댓글 몇 개만 읽고 자야지’ 했는데…
어느새 불빛에 아이가 다시 눈을 떴습니다. “엄마 뭐 봐?”라는 말에 나는 움찔했죠.

그날, 우리는 다시 처음부터 루틴을 반복해야 했고, 나는 내 손에 들려 있던 그 조그만 기계가 아이의 밤을 망쳐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했습니다.

🫠 실패한 밤 3: 부부 싸움, 그리고 무너진 밤

우리 부부는 아이 앞에서는 되도록 감정을 자제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어떤 날은 육아와 일상 속 스트레스가 너무 커져서, 결국 아이가 보는 앞에서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아이도 기운을 느낀 듯 책을 고르지 않았고, 침대에 누워서도 "엄마, 오늘 왜 그래?"라고 물었습니다.
그날 아이는 1시간 넘게 눈을 감지 않았고, 나와 남편도 각자의 감정을 정리하지 못한 채 밤을 버텼습니다.

루틴은 단순한 행동의 반복이 아니라, 감정의 안정 위에 쌓이는 것이라는 걸 처음 느꼈습니다.

⏰ 실패한 밤 4: 그저 너무 피곤했던 날

일도 많았고, 아이도 낮잠을 제대로 못 잤던 날이었습니다.
나는 침대에 누운 순간부터 졸음이 밀려왔고, 아이가 "책은?"이라고 물었을 때 눈을 뜨기도 어려웠습니다.

결국 ASMR만 틀어준 채 그대로 아이 옆에서 같이 잠들었습니다. 책도, 조명도, 대화도 없이...
다음 날 아침, 아이는 “엄마 어제 이야기 안 해줘서 이상했어”라고 말했습니다.
작은 일 같았지만, 루틴이라는 게 단순히 ‘순서’를 지키는 일이 아니라, 아이와 연결된 신호 체계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 루틴이 무너졌던 그 밤들, 꼭 실패였을까요?

이런 날들이 반복되면 부모는 죄책감을 느낍니다.
‘내가 잘못한 걸까’, ‘오늘도 또 실패했네’ 하며 자책하곤 합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아이도 부모도 사람이고, 루틴은 기계적인 패턴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유연하게 움직여야 하는 ‘리듬’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어떤 날은 책 한 권 없이도 따뜻한 손길 하나로 잠들 수 있고, 어떤 날은 루틴을 다 지켰는데도 잠들지 못하는 날이 있는 법입니다.

🌙 우리가 다시 시작한 건 '다음 날'이었습니다

우리는 루틴이 무너진 날들 덕분에 무조건적인 완벽함을 내려놓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다시 조명을 낮추고, 음악을 켜고,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졌을지도 몰라"라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루틴은 지키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리듬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아이와 함께, 하루하루 현실 속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