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령 인구는 2024년을 기준으로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18%를 넘었고, 2035년에는 25%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고령화 사회에서 디지털 포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으며, 특히 공공 웹사이트의 UX/UI는 고령자 접근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보가 넘쳐나는 디지털 시대에도, 노년층은 여전히 '공공 정보'에 가장 늦게 도달한다.
이번 글에서는 고령자가 자주 사용하는 두 대표적인 공공 플랫폼인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와 **정부24(구 민원24)**를 실제 사용 시나리오를 통해 비교 분석하고, UX 측면에서 어떤 점이 노년층에게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는지 깊이 파헤쳐 보겠다.
1. 사이트 기본 구조와 초기 진입 장벽 비교
🔍 메인 페이지 첫인상은 사용자 경험을 좌우한다
두 사이트 모두 초기 진입 단계에서부터 고령자에게 불리하게 설계되어 있다.
사이트 접속 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화면에서 고령자들이 혼란을 느끼는 가장 큰 원인은 아래와 같다.
비교 항목 | 국민건강보험공단 | 정부24(민원24) |
첫 화면 구성 | 다양한 배너, 공지, 아이콘이 한 화면에 다수 노출됨 | 중앙에 검색창이 위치하고 깔끔한 메뉴 구조를 유지함 |
배치의 직관성 | 시선 분산이 심하고, 민원 접근 메뉴가 눈에 띄지 않음 | "자주 찾는 민원"이 메인에 노출돼 초보자도 쉽게 접근 가능 |
정보 접근 흐름 | 2~3단 메뉴 구조로 설계되어 사용자가 클릭을 반복하게 됨 | 검색 중심 설계로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음 |
글자 크기 및 버튼 | 아이콘형 버튼이 많고 글자 크기가 작음 | 텍스트 중심, 큰 버튼 위주의 설계로 접근성 우수 |
👵 사용자 인터뷰
“처음 들어갔을 때 너무 복잡해서, 병원 전화번호를 직접 찾는 게 더 빠르겠다고 느꼈어요.”
– 71세, 여성 / 서울 은평구
2. 실제 민원 시나리오 비교: 장기요양 등급 신청
노년층이 자주 처리하는 민원 중 하나인 ‘장기요양 등급 신청’ 절차를 두 사이트에서 진행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정부24(민원24) 시나리오
- 메인 화면 중앙의 검색창 클릭
- "장기요양 등급신청" 입력 → 자동완성으로 해당 민원 바로 노출
- 클릭 시 민원 개요 및 신청 버튼 노출
- 공동인증서 로그인 후 신청 진행
→ 총 클릭 횟수: 4회
🧭 국민건강보험공단 시나리오
- 상단 메뉴 ‘민원신청’ → ‘노인장기요양보험’ 선택
- 하위 메뉴로 이동 후 ‘장기요양 신청’ 클릭
- 민원 개요 페이지로 이동 → 로그인 후 신청
- 복수 인증 과정 → 신청 페이지 진입
→ 총 클릭 횟수: 6~7회 + 중간 이탈 가능성 높음
👴 실제 사용자 반응
“중간에 어디로 들어가야 하는지 몰라서 그냥 끄고 다시 병원 갔어요.”
– 76세, 남성 / 대구 북구
3. 디자인 관점에서의 비교 분석: 시각적 피로도와 인지 구조
🔍 고령자의 눈은 젊은 세대와 다르게 정보를 인식한다
노인의 시각적 변화(노안, 색감 구분력 저하 등)를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은 웹사이트 사용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된다.
항목 | 국민건강보험공단 | 정부24(민원24) |
텍스트 크기 | 고정형이며 일부 콘텐츠는 이미지 안에 포함됨 | CSS 기반 조절 가능, 텍스트 중심 구성 |
색상 대비 | 파랑+회색 조합으로 시인성이 낮음 | 검정 텍스트 + 흰 배경 위주로 구성, 대비 우수 |
메뉴 버튼 크기 | 작고 아이콘형 많음 | 넓은 영역의 텍스트 버튼 구성 |
모바일 웹 지원 | 반응형 웹이나 구조는 여전히 PC 중심 | 모바일 앱 및 반응형 웹 모두 최적화 구조 갖춤 |
“버튼이 너무 작거나, 글씨가 이미지 안에 들어가 있으면 확대도 안 되고 정말 불편해요.”
– 78세 여성 / 경기도 군포시
4. 정책·행정적 관점에서의 문제점 및 대응 방향
🏛️ 단순한 UX 개선이 아닌 제도화된 기준 필요
공공기관 웹사이트의 UX는 ‘서비스의 질’ 그 자체를 의미한다.
그러나 국내에는 고령자를 위한 '공공 웹사이트 UX 가이드라인'이 거의 없으며, 그마저 대부분의 개선은 각 기관의 판단을 기준으로 한다.
✅ 제도적 문제점
- 고령자 UX 기준이 포함된 ‘웹 접근성’ 가이드라인 부재
- 사용자 테스트 대상에서 고령자 비율 미포함
- 실제 민원 중심이 아닌, 기관 중심의 구조 설계
- 인증 시스템(공동인증서, 지문 등)이 과도하게 복잡함
✅ 개선 방향 제안
- ‘노인 UX 가이드라인’의 법제화 필요
- 모든 공공기관 웹사이트, 최소 연 1회 고령자 대상 사용성 테스트 의무화
- 검색 기반 내비게이션 강화 + 음성 안내 기능 병행
- 민원별 맞춤형 접근 경로 제공 (예: 장기요양 → 원클릭)
5. 전문가 의견 및 글로벌 사례 참고
🌍 해외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 일본 e-Gov 사이트는 고령층 사용자 전용 UI 모드를 따로 제공하며, 글씨 확대 및 음성 안내 기능이 포함됨
- 캐나다 정부 웹사이트는 전 페이지 WCAG 기준 2.1 이상을 적용해 색상 대비, 키보드 내비게이션을 최우선으로 고려함
- 영국 GOV.UK는 메뉴가 단순하고 모든 콘텐츠를 ‘질문형’으로 구성해 인지 부담을 최소화함
6. 마무리: 진짜 디지털 포용이란?
디지털 격차는 기술을 못 따라가는 이들의 문제가 아니다.
기술을 설계하는 사람이 모든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공공 웹사이트의 UX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정보 접근의 기본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정부와 기관이 그 책임을 외면한다면, 디지털 시대의 진짜 소외계층은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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