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은 모든 것을 빠르게 만든다. 그러나 기술이 빠르다고 해서, 사람 모두가 그 속도에 맞춰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고령자에게는 ‘기술을 배운다’는 행위 자체가 부담이자 불안이다.
그 불안을 덜어줄 수 있는 장치는 오직 하나, **“사람이 사람을 가르치는 일”**이다.
이번 글은 내가 부모님을 모시고 직접 ‘키오스크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작성하는 체험기다. 그리고 그 하루의 경험은 단순한 교육 참여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됐다.
🏢 교육 프로그램 선택 – 어디에서 받을 수 있을까?
우리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배움터’라는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전국 각 지역마다 지자체/도서관/노인복지관/주민센터에서 운영 중이며, 수강료는 무료, 신청은 온라인 또는 전화 접수 가능했다.
교육 내용은 지역마다 달랐지만, 우리가 받은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 키오스크(무인주문기) 사용법
- 은행 ATM 사용법
- 스마트폰 간편결제 및 QR 인증
- 온라인 민원서비스(정부24, 카카오 인증서)
이 중 부모님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 키오스크로 음식 주문하는 법이었다.
그래서 수업 선택 당시 **‘생활밀착형 실습 중심’**이라는 설명을 보고 이 수업을 골랐다.
🚶 교육 당일 – “이거 진짜 되는 거야?”라는 물음으로 시작된 수업
교육 장소는 지역 주민센터의 1층 회의실이었다.
강사님은 40대 중반의 남성이었고, 키오스크와 노트북, 프로젝터가 준비되어 있었다.
참여자는 약 12명, 대부분 60대 후반~70대 초반의 어르신들이었다.
교육은 이론보다 ‘직접 만져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강사님은 먼저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의 화면을 시연하고, 그 다음 참여자들이 직접 기기를 눌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 엄마의 첫 반응:
“이게 내가 맨날 못 누르던 그 기계야?”
→ 실제로 눌러보자마자 "어, 되네?"라는 반응으로 바뀜
👨🦳 아빠의 첫 반응:
“이거 자판기처럼 누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구나.”
→ 가장 중요한 점: 체험이 ‘두려움’을 없애줬다.
🎯 수업 진행 방식 – 가르치는 순서가 잘 설계되어 있었다
수업은 1시간 30분 동안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진행되었다.
- 기계 소개 – 키오스크가 어디서 쓰이는지 설명
- 터치 방식 이해 – 짧게 눌러야 하고 ‘꾹 누르지 않는’ 습관 교정
- 메뉴 찾기 – 화면 구성, 이미지 버튼 찾기
- 결제 방법 – 카드 vs 모바일 간편결제 흐름 소개
- 실제 실습 – 직접 햄버거 메뉴를 고르고 결제까지 완료
중간에 몇 번의 오류도 있었지만, 강사님은 실수 자체를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잘못 눌러도 괜찮아요. 그게 연습이에요. 다음에 뭐가 나오는지만 알면 됩니다.”
이 말 한마디가 부모님의 긴장을 확실히 풀어주었다.
교육이 끝날 무렵, 어머니는 “이제 나 혼자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키오스크 교육의 실제 효과 – 단기 습득보다는 ‘심리적 거리 좁히기’
항목 | 교육 전 반응 | 교육 후 변화 |
기기 접근성 인식 | “기계는 복잡하고 나랑은 안 맞는다” | “누르면 되는 거였네, 생각보다 별 거 아니네” |
실패에 대한 두려움 | “한 번 틀리면 뒷사람 눈치 보여서 못 하겠다” | “틀려도 천천히 하면 되겠구나” |
화면 구성 이해도 | 메뉴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 화면을 몇 번씩 만짐 | 화면이 단계별로 구성된다는 개념을 이해함 |
혼자 사용 가능성 | 혼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 | 간단한 메뉴는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응답 |
이 교육의 진짜 성과는 기술 습득이 아니라, 심리적 거리 좁히기에 있었다.
기계를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익숙해져야 할 친구’처럼 여기게 된 것이다.
🧭 UX 디자이너로서 내가 본 개선 포인트
이번 교육을 보면서 UX 입장에서 느낀 건, 기기 자체보다 교육 콘텐츠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기계는 바꿀 수 없어도, 교육 방식은 바꿀 수 있다.
💡 UX 관점에서 제안할 수 있는 실습형 교육 개선 포인트:
- 개인화된 시나리오 기반 실습
→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고 싶으세요?”처럼 자기 경험과 연결된 문제 제시 - 버튼 클릭 실패에 대한 반복 학습 기회
→ 잘못 눌러도 바로 돌아갈 수 있는 ‘실수 학습 환경’ 필요 - 피드백 설계 개선
→ 누르면 진동, 소리 등으로 확실한 반응을 보여주는 UX 필요 - 교육 전용 키오스크 모형의 접근성 강화
→ 글자 크기 조절, 밝기 조정 기능 추가로 교육 특화 UI 설계 가능
✅ 마무리 – 기술은 그냥 ‘기능’이 아니다, 경험이다
부모님과 함께 키오스크 교육을 받고 나서, 나는 기술이 단순히 ‘할 수 있게 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걸 느꼈다.
무언가를 직접 해본 경험이 쌓일 때만이, 기술은 비로소 익숙함이 된다.
디지털 포용이란 말을 어려운 정책 용어가 아니라, 사람의 손을 잡아주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면, 우리는 훨씬 더 나은 UX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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