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부모님 댁에 들렀다가 “지방세 납부 확인서를 발급받고 싶다”는 아버지의 말을 들었다.
평소 같으면 무심코 내 스마트폰으로 몇 번만 눌러서 처리했겠지만, 이번에는 일부러 아버지 스마트폰으로, 아버지 혼자 정부24에서 직접 민원 신청을 할 수 있을지 체험하기로 했다.
나는 조용히 옆에 앉아 돕지 않고 관찰자의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그 짧은 30분간의 여정은, 내가 막연하게 알고 있던 디지털 격차의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 1단계 – 정부24 로그인, 시작부터 막힌 첫 관문
아버지는 스마트폰으로 정부24 앱을 열었다. 앱 설치는 이미 되어 있었고, 자주 쓰지는 않지만 몇 번은 열어본 듯했다.
그러나 첫 화면에서 “로그인”을 누르자마자 화면이 멈춘 듯한 공백이 흘렀다.
아버지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어떤 인증 방식을 사용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 공동인증서는 패스워드와 보안문자 입력이 필요
- 간편 인증은 설치한 적 없는 앱(PASS 등)과 연동되어 있음
- 지문 로그인은 설정이 안 되어 있어 사용할 수 없음
아버지는 5분 넘게 로그인 화면을 터치하며 머뭇거리셨다.
결국, 아버지는 “이거 그냥 네가 해라”라는 말과 함께 포기할 뻔했지만, 다행스럽게도 겨우 공동인증서 비밀번호를 기억해 입력하고 첫 관문을 통과하셨다.
✅ UX 개선 포인트:
- 로그인 화면에 고령자용 ‘간편 로그인 가이드’ 탑재 필요
- 사용 가능한 인증 수단을 아이콘이 아닌 텍스트 기반으로 명확히 구분해야 함
🔍 2단계 – ‘지방세 납부 확인서’는 어디에 있을까?
로그인 후에도 문제는 이어졌다. ‘지방세 납부 확인서’를 찾기 위해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했지만, “납부 확인서”, “지방세”, “세금 확인서” 등 다양한 키워드를 입력해도 정확한 민원이 바로 뜨지 않았다.
아버지는 ‘지방세’라는 단어가 어떤 식으로 분류되어 있는지조차 모르고 계셨고, 검색 결과 페이지의 작은 텍스트와 긴 제목들 속에서 무엇을 눌러야 할지도 혼란스러워했다.
🎯 여기서 내가 본 문제점은 명확했다:
- 검색 결과가 지나치게 많고 제목이 유사해서 인지 구분이 어렵다
- 아이콘이나 직관적 분류 없이 모든 결과가 동일한 텍스트 형태로 나열된다
결국 나의 조언으로 ‘지방세 납부 확인서 발급’이라는 정확한 문장을 입력하자 해당 항목이 나타났다.
하지만 고령자의 입장에서는 이 역시 사실상 ‘운에 맡기는’ 수준의 검색 경험이었다.
🖱️ 3단계 – 클릭의 연속, 민원 신청 과정에서의 집중력 저하
민원 항목을 클릭하자, 신청 방법과 발급 절차가 나왔지만 또 다른 문제들이 나타났다.
버튼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분명하지 않고, ‘신청하기’ 버튼은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 볼 수 있었다.
중간중간 나오는 안내 문구들도 너무 많고 복잡해서, 아버지는 몇 차례 “이거 잘못 누른 건가?”라며 당황하셨다.
✅ UX 개선 포인트:
- 주요 버튼은 페이지 상단에 고정하거나 시각적으로 강조할 것
- 설명은 짧고 요약된 말풍선 또는 리스트 형태로 제공 필요
- 고령자 모드에서는 한 단계씩 진행하는 방식의 흐름 UX 도입 필요
이 과정을 통해 나는 ‘디자인’이 정보보다 중요하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글자는 많지만, 전달되는 정보는 오히려 부족했던 것이다.
📄 4단계 – 파일 출력, “이건 그냥 오프라인이 낫겠네”
민원 신청을 마치고 납부 확인서가 PDF로 발급되었지만, 마지막에 아버지가 하신 말은 이거였다.
“이걸 프린트하려면 또 뭐 깔아야 돼? 이러면 그냥 동사무소 가는 게 빠르지.”
프린터 연동이나 출력까지의 UX는 고령자에겐 사실상 또 하나의 장벽이었다.
화면에 보이는 파일을 어떻게 저장하고, 어디서 출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안내는 없었고,
단지 “파일이 저장되었습니다”라는 문구 하나로 모든 절차가 끝나버렸다.
💭 느낀 점 – 부모님의 침묵이 무겁게 다가온 순간
30분간의 과정을 끝내고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소파에 앉으셨다.
“이게 나이 먹으면 다들 이렇게 되는 거냐”는 말이 그렇게 뼈아플 줄 몰랐다.
기술은 우리를 편하게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겐 ‘무력감’을 심어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이 짧은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
🛠️ 내가 직접 정리한 노인 친화형 UX 개선안
항목 | 현재 정부24 UX 문제 | 개선 제안 |
로그인 방식 | 다양한 옵션 있지만, 선택 기준 불명확 | ‘고령자용 간편 로그인’ 고정 버튼 추가 |
민원 검색 | 검색어 정확도 민감, 키워드 다양성 부족 | 고령자 자주 찾는 민원 ‘추천 검색어’ 자동 노출 |
신청 단계 | 설명 과다, 시각 요소 부족, 클릭 수 많음 | 한 단계씩 진행하는 ‘도움말 기반 단계형 UX’ 도입 |
결과 파일 관리 | 저장 방식 안내 없음, 출력 UX 전혀 없음 | 저장 위치 안내 + 출력 버튼 명확히 시각화 |
✅ 마무리 – 기술은 ‘기능’이 아니라 ‘배려’로 완성된다
정부24는 잘 만들어진 서비스다. 하지만 그것이 **‘누구에게나 잘 작동하는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답이 모호하다.
디지털 시대의 행정은 단지 효율을 넘어서, 포용과 배려의 기술이 되어야 한다.
오늘 내가 옆에서 바라본 아버지의 눈빛은, 앞으로 내가 어떤 콘텐츠를 써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려주었다.
그건 ‘빠르게 찾는 법’이 아니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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